편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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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설타 2013. 12. 19. 22:15

♡ 이별 후에Ⅱ / 송호준 ♡




청해 속 맑은 꿈이 퍼렇게 널브러져 간 물고기처럼
살아 있어도 죽어있는 오늘
한때는 온몸으로 버둥거렸지만
간절함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애증의 칼날 세웠다가도 순두부처럼 허물 거리고
차가워진 그 표정 앞에
수위조절 불가한 감성마저 물거품이 되지만
홀로 골몰하며 괴로움 짓는 난
아직 그녀의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소리 없이 묻어가는 삶 절박함 없어도
구겨진 종잇장처럼 외로움 뒹굴고
못다 핀 상념들이 송사리 떼 자유로움처럼 오가지만
확신 없는 가슴에 정체되어
인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낭패스럽다
따스하던 그 눈빛 속까지 메말라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꼬리를 물때마다 알면서도 물음표를 단다
그녀는 내게서 무엇을 읽고 무엇을 남겼는지
기억하는 모든 것들이 온전한 내 모습 아니듯
그녀 또한 내가 알던 그가 아니리라


어둠은 생각보다 아득하다
헛발 내딛고 추락하는 기분이 이런 걸까
아무도 길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래서 늘 아픈 법이다
살면서 가장 소중한 것도
가슴에 도려내야 할 때 있다지만
결별은 어둠의 촛불만 태우다 사라지는 것...


오늘도 난 그녀와 함께 푸른 숲길을 걷는다
그것이 꿈인 줄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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