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여행 / 송호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던 어버이 소원
설악에 한으로 풀어놓고
그곳에 데려가겠다던 아내와의 첫 약속
지명의 세월 흐르도록 가슴 짓눌러왔다
어긋나기만 하던 삶 속에 휘둘려
스치고 비켜 나버렸을 장밋빛 단꿈
제 체념 속에 수없이 접혀 갔으리
청춘을 두고 온 그곳 향을 사르며 촉촉함 다가가니
더 푸르진 모습으로 반기는 그대 옛 감동과 하나 되는데
가신 님 돌아보는 삶이 아프구나
그날의 아쉬움은 널 기약했지만
어버이 그러하였듯 돌아서면 다시금 볼 순 없으리
하늘로 치솟던 푸른 솔 등신불이 되어 누운 그 자리
붉은 꽃 한 송이 눈물 적셨도다
사라진 천 년 숨결 아쉬워 의상대에 올라보니
바람은 흐르면서 업보를 내려놓으라 내려놓으라 하네
멈춰 있던 시간 떠올려 설렘 앞세워 가보니
옛 모습 지워낸 낯선 거리가 이방인을 밀어낸다
정겨웠던 시절 나 버리고 저만큼 훌쩍 가있더라
독백하듯 울고 웃다 가버린 날의 흔적
그리움의 긴 여운처럼 향수 속에 멀어 갔지만
꿈은 잠들지 않더라
세월 넘나드는 풍진 바람 상념에 더해질지라도
아릿함 재워두고
이젠 내 살붙이 정감어린 추억이 되어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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