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터

빙하의 표정

아설타 2009. 1. 7. 15:39

빙하의 표정 /이수익

 

 

빙하는 제 몸이
녹을 사이에 벌써 얼고
얼 사이에 조금씩
몸을 푼다


수천 년을
그렇게 녹으면서 얼고
얼면서 녹느라
부지기수로 세월만 허송해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세월을 놓쳐버린 노인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멀리서 찾아온
빙하의 협곡 얼음폭포 낭떠러지 아래에서
남은 생의 증빙서류처럼 기념사진을 찍는다


웃는 듯이, 혹은
우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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