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글

시 창작

아설타 2010. 10. 5. 13:31

 

               시 창작에 관한 도움말

 

 

 

1. 기승전결

 

 

  글은 종류나 성격에 따라 그 구성 요소를 달리 하고 있는데

논설문의 경우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 되고, 소설의 경우 5단

구성을 기본으로 하듯이 시도 작품성을 높이기 위해 기승전결의

4단 구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기승전결은 한시에서 비롯된 것인데 한시 역시 처음부터

기승전결의 구성 요소를 갖게 된 것은 아니고, 오랜 시행착오를

거쳐 오면서 정형화 되었다고 합니다.

 

기(起)는 시작에 해당하는 것으로 일상적이고 평범한 진술을 시작되고

승(乘)은 기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으로 구체적인 인식을

그려 냅니다. 전은 전환 또는 반전을 의미하며, 화자의 상상력에

의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결은 시상을 마무리 하여 여운을

남기도록 합니다.

 

 

  고대 중국의 한시(당나라)에서 확립 된 시의 구성 요소는 효과적인

시상 전개와 감동 전달을 위한 형태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기와 승을 전반부, 전과 결을 후반부로 나누며, 전반부는 작가와

독자와의 인식 거리를 좁혀 공감대를 형성하고 길잡이 역할을 해줍니다.

전과 결은 작가의 독특한 인식 세계를 다루므로 기와 승이 제 역할을

해주어야만 전과 결에서 작가의 의도가 빛을 발할 수 있다 합니다.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1연 소쩍새와의 인연(기 - 국화 꽃 탄생의 첫 과정)

 

 

2연 천둥과의 인연(승 - 봄의 단계를 거쳐 여름에 겪게 된 삶의 도정)

 

 

3연 중년기의 원숙미(전 - 국화의 이미지가 비교적 선명하게 제시)

 

 

4연 무서리 및 시인과의 인연(결 - 우주의 섭리 앞에 그 경건성 다시 확인)

 

 

산 벚꽃이 핀 하얀 길을 보며 내 꿈은 자랐다

언젠가는 저 길을 걸어 넓은 세상으로 나가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가지리라

착해서 못난 이웃들이 죽도록 미워서

고샅의 두엄더미 냄새가 꿈에서도 싫어서

 

 

그리고는 뉘우쳤다 바깥으로 나와서는

갈대가 우거진 고갯길을 떠올리며 다짐했다

이제 거꾸로 저 길로 해서 돌아가리라

도시의 잡담에 눈을 감고서

잘난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귀를 막고서

 

 

그러다가 내 눈에서 지워버리지만

벚꽃이 하얀 길을, 갈대가 우거진 그 고갯길을

내 손이 비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내 마음은 더 가난하다는 것을 비로소 알면서

거리를 날아다니는 비닐봉지가 되어서

잊어버리지만. 이윽고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넓은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아니어서, 내 고장으로 가는 길이 아니어서

아름답다. 길 따라 가면 새도 꽃도 없는

황량한 땅에 이를 것만 같아서,

길 끝에서 험준한 벼랑이 날 기다릴 것만 같아서,

내 눈앞에 되살아나는 그 길은 아름답다.

 

 

제1연은 起에 해당되므로 이야기의 실마리가 제시됩니다.

예시에서는 “길”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시적화자에게 “길”의 이미지는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바깥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탈출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제2연은 承에 해당됩니다. 起에서 제시된 소재의 의미가 강화되고

뚜렷해지는 부분입니다. 여기서는 “길”의 방향이 바깥세상에서

고향으로 회귀되면서 길의 의미가 양방향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바뀌어진 현실에 대한 탈출구라는 점에서 기에서 제시된 “길”의 본질은

변함이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기와 승에서 작가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독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범주에 속해있다는 것이 요체입니다.

그로 인해 작가의 시상을 독자는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형성된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로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轉의 역할입니다.

 

 

제3연이 轉에 해당됩니다. 시적화자는 “길”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 눈뜨고 있습니다.

 “길”에 대한 욕망을 지우면서 길의 본연의 모습을 깨닫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가만의 인식은 독자에게는 낯선 것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기와 승을 통해서 형성된 작가와 독자의 공감에 의해 그 낯섬이 상쇄되고

2차적인 공감이 일어납니다. 그것이 바로 독자가 느끼게 되는 진정한 감동의 실체입니다.

 

 

제4연은 結에 해당됩니다. 예시에서 작가는 고통은 욕망에서 비롯되는 것이므로

그로부터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結은 轉에서 제시된 시적화자의 새로운 각성이 나름의 형체를 갖추고 결말의

모습으로 독자에게 주어지는 부분입니다. 承이 起에서 제시된 이미지를

확대발전시키듯이 結은 轉에서 제기한 인식에 대해 마무리하는 부분입니다.

작가의 새로운 인식에 대한 해석을 독자에게 여운으로 남기는 것이 일반적인

結의 형태입니다. 예시에서는 작가에 의해 새롭게 해석된 “길”의 이미지가

다시 독자의 각양각색의 경험과 반응하며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시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기승전결은 작가의 이야기를 독자가 무리 없이

받아들이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단계별로 교묘하게 고안된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 소재의 제시 -> (승) 소재에 대한 일반적 인식 -> (전) 작가의 새로운 인식

-> (결) 작가의 인식에 대한 독자와의 공감 유도

 

시를 처음 공부하는 분들은 먼저 기승전결을 철저히 익히시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시상을 무리 없이 펼쳐낸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기승전결은 그에 대한 확실한 길잡이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시를 감상할 때도 기승전결의 구조를 대입하여 분석하면 시상의 흐름을

파악하기 쉬워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기승전결은 시의 기본적인

형식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좋은 시는 반드시 기승전결의 엄격한

형식을 따르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아무리 자유시라 하더라도 기승전결을

도외시하고서는 결코 좋은 시를 쓸 수 없습니다.

2. 심상(Image)의 종류

 

심상은 묘사적 심상과 비유적 심상으로 나뉘기도 하고, 감각적 심상,

상징적 심상으로 나뉘기도 합니다.

 

 

1) 감각적 이미지

 

 

이미지의 기본적 기능은 감각적 체험을 되살리는 것이다. 흔히 시각과

관련된 표현 또는 인상만을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이미지는 모든

종류의 감각과 관련되는데. 주로 시각, 청각이 중심이 되지만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고, 심지어는 무게 감각, 운동 감각(대상의 움직임의 지각),

기관 감각(고동, 맥박, 호흡, 소화 따위의 지각), 근육 감각(근육의 긴장의

자각) 등도 이미지로 제시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통틀어 감각적

이미지라고 부릅니다.

 

 

① 시각적 심상 : 모양, 색채, 명암, 움직임

 

② 청각적 심상 : 소리, 음성, 음향

 

③ 후각적·미각적 심상 : 냄새, 향기

 

④ 촉각적 심상 : 피부 감각적 심상과 전신 감각적 심상을 포함하는 개념.

 

⑤ 역동적 심상 : 격렬한 시어와 동작적인 용언을 활용함으로써 제시된다.

 

⑥ 공감각적 심상 : 감각의 전이

 

 

 

2) 표현 방법에 따른 이미지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묘사에 의한 방법, 비유적 표현에 의한 방법,

상징에 의한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 형성 방법은

비유적 표현에 의한 것.

 

 

 

① 묘사에 의한 이미지 형성 - 묘사적 심상

 

묘사 또는 감각적인 수식어의 구사를 통하여 사물의 영상을 직접 드러나게

하는 심상.

 

 

② 비유에 의한 이미지 형성 - 비유적 심상

직유, 은유, 대유, 의인 등의 수사적 표현 방법에 의해 형성되는 심상.

 

 

③ 상징에 의한 이미지 형성 - 상징적 심상

 

관념을 연상시키는 기능을 가지는 이미지.

 

 

3. 시 창작 원리

 

 

가. 시 창작 원리 1

 

 

1.시는 제목이 길지 않을수록 좋다

2.자주 사용하는 직유법은 피하라

3.주제의식을 뚜렷이 하라

4.경어체를 피하라

5.똑 같은 제목을 피하라

6.심층적 이미지를 처리하라

7.치열한 불타는 내면의식을 제고하라

8.군더더기가 없도록 하라

9.시는 이미지의 노래라는 걸 잊지 말라.

 

 

 

나. 시 창작 원리 2

 

 

 

1.메타포어가 많도록 하라

(메타포어: 하나의 말을 통상적인 의미의 말로부터

별개의 말로 옮긴다는 것을 뜻함)

2.오만할 정도로 자기언어를 지키라

3.시어를 기호적 언어보다 생명적, 계시적 언어로 사용하라

4.산문정신을 가지되 산문화되지 않도록 하라

5.절제는 시의 매력이다

6.내면의 세계를 잘 볼 줄 알아야 한다

7.시적 기교가 과하지 않도록 필요하다

8.신토불이 시가 우리 입맛에 맞다

9.순수한 한글을 사용하라

10.한문(외래어 포함)은 될 수 있으면 피하라

 

 

 

 

다. 시 창작 원리 3

 

 

 

1. 조시(造詩)는 버리고 생시(生詩)를 취하라

2. 고정관념을 버리라

3. 자신의 독특한 색깔을 보이라

4. 씹을수록 맛이 나게 하라

5. 사생시를 낳지 말라

6. 메세지를 담으라

7. 여러 마리의 토끼를 다 잡으려 하지 말라

8. 기본에 충실하라

9. 인간과 더불어 있게 하라

10.취하도록 시향을 담으라

 

 

4. 좋은 시를 쓰기 위한 자기 점검

 

 

시는 함축적인 것이라 여겨 지나친 압축, 생략, 가벼운 표현도

피해야 하겠지만 시는 설명이 아니고 묘사이기 때문에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일상적인 관념어의 남용 등에 의해 에세이 적인

분위기를 풍겨서도 안 된다고 합니다. -시적인 수필을 경계-

 

 

5. 시에 대한 몇 가지 편견

 

 

 

비유가 많으면 시적이라고 착각하는 경우,

체험을 많이 하고 감정이 풍부하면 더 좋은 시를 쓸 것이다.

라는 생각과 시가 시를 쓰는 사람 아래 있다는 착각.

 

즉 시인의 체험과 감정에 의해 좋은 시가 탄생 한다는 것.

그것이 착각이요, 편견이라는 것입니다. <이성복님의 글 중에서>

'자유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인들이 말하는 좋은 시   (0) 2012.07.30
상황버섯 달여 먹는 방법  (0) 2010.10.13
시와 산문   (0) 2010.10.05
나비 효과  (0) 2009.06.27
시 창작에 관한 도움말  (0) 2008.05.04